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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한은 마한, 진한, 변한을 말합니다. 일찍이 고조선이 성장했을 때, 한강 남쪽에는 진(辰)이 있었습니다. 진은 B.C. 2세기 무렵 위만 조선의 방해로 중국과 직접 교통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변동으로 인해 고조선 사람이 남쪽으로 이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위만에게 쫓겨났던 준왕도 남쪽으로 망명했습니다. 이러한 유이민들은 금속 문화의 혜택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진에도 북쪽의 발달한 철기 문화가 전해졌습니다. 진은 발전을 거듭하면서 새롭게 개편되었습니다. 이것이 삼한입니다.

마한은 대전 · 익산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경기, 충청, 전라도 지방으로 발전했습니다. 마한은 54개의 소국으로 이루어졌는데, 그중 규모가 큰 곳은 만여 호(戶) 정도 되었고 작은 곳은 수천 호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진한은 대구 · 경주를 중심으로 한 12개 소국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변한은 김해 · 마산 중심의 12개 소국으로 발전했습니다. 삼한 가운데에서는 마한의 세력이 가장 강력했고, 마한의 소국 중 하나인 목지국(目支國)의 지배자가 삼한 전체를 이끌었습니다. 소국의 지배자는 세력이 크면 신지 · 견지라고 했고, 세력이 작으면 부례 · 읍차라고 불렀습니다.

삼한에는 정치적 지배자 외에 제사장으로 천군(天君)이 있었습니다. 천군은 천신(天神)에게 제사지내는 일을 맡아보았습니다. 종교 의례는 소도(蘇塗)라는 신성 지역에서 이루어졌고, 이곳에는 정치적 권력이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죄인이 소도에 숨으면 잡을 수도 없었죠. 이것으로 삼한은 엄격한 제정분리국가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고조선의 단군 왕검이 제정일치 지배자였고, 청동기의 군장국가까지는 제사장이 정치를 주도했습니다. 그런데 철기 문화를 배경으로 연맹왕국이 탄생하면서 제사와 정치 업무가 나뉘게 되었습니다.

하늘에 제사지내는 제천 행사로는 5월제와 10월제가 있었습니다. 해마다 씨를 뿌린 뒤 5월 수릿날에 농사가 잘되도록 빌었습니다. 가을걷이를 하는 10월에는 계절제를 열어 추수에 감사하는 제사를 드렸습니다. 제천 행사는 천군이 맡아서 주관했고 5월제와 10월제 동안에는 온 나라 사람들이 모여서 음식과 술을 나누어 먹고 노래와 춤을 즐겼습니다. 대개 다른 나라에서는 일 년에 한 번 있는 제천 행사가 두 번이나 이루어진 이유는 삼한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농경이 발달한 사회였기 때문입니다.¹⁾

제천의 의림지

삼한의 백성들은 한곳에 정착하여 벼를 많이 심었습니다. 철제 농기구를 이용한 벼농사를 비롯하여 농경이 크게 발달했습니다. 벼농사에는 특히 물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해마다, 계절마다, 지역마다 강수량의 변동이 심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저수지를 만들어 비가 많이 내릴 때 모아 두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삼한에서는 농경을 위해 저수지를 많이 만들었습니다.

김제의 벽골제, 밀양의 수산제, 제천의 의림지 등은 이때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또 농사를 짓는 데는 여러 사람의 노동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마을마다 두레라는 조직을 만들어 씨뿌리기, 김매기와 같은 농사일을 공동으로 했습니다. 이로써 삼한은 대표적인 농업국가로 발전하게 됩니다.

삼한 가운데 변한에서는 철이 많이 생산되었습니다. 낙동강 유역에는 대규모 야철지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생산된 철을 낙랑과 일본 등지에 수출했습니다. 철은 교역에서 화폐처럼 쓰이기도 했습니다. 변한은 대표적인 철 수출국이었지요. 철기 문화가 발전하면서 변한에는 가야국이 세워졌습니다. 한편, 한강 유역에서 출발한 백제가 커지면서 목지국을 누르고 마한 지역을 통합했습니다. 그리고 이 지역에는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서쪽에는 가야국, 그 동쪽에는 사로국이 자리 잡았습니다. 장차 이 나라는 가야 연맹과 신라로 발전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