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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의 민족 봄호] 아카미 「언제나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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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명: 언제나의 약속 글쓴이: 리니 중심인물: 아카시 츠바키, 카미야 하루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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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의 약속 │

투둑, 툭. 비가 내렸다. 닫힌 창가를 두드리는 빗소리에 시선을 굴려서 창문 을 바라보았다. 책을 읽고 있었던지라 쓰고 있었던 안경을 잠시 내린 다. 짧은 한숨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창 너머를 바라본다. 갑 작스레 내리는 비에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면서 흩어지는 모습이 보였 다. 그래서 그런지 거리에는 뛰어다니는 사람이 많았다. 비를 피하기 위해서 근처 가게로 들어가는 사람들, 편의점과 가게에 들러서 우산 을 사려고 줄을 선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관심이 없지만, 츠바키는 계속해서 바깥을 바라보고, 생각했다. ‘우산 안 가지고 갔을 텐데…….’ 자신의 연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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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이 시즌이기 때문에 제 연인은 오늘도 일하러 갔다. 곧 패션 쇼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욕심 때문에 가지 말라고 말도 하 지 못하였다. 바빠서 잠도 제대로 못 자는 모습이 예전과 겹쳐 보여 서 잠은 자고 일하라고 토닥이고, 어르고… 품에 안긴 연인을 보면서 저도 잠이 들었다. 최근에는 본인도 바빴다. 며칠이나 그를 만나지 못하였기에 오늘 은 그에게 가지 말라고 칭얼거려다가 말기도 하였고. 제 일은 한번 바 쁘면 집을 비워야 하니까, 그사이에 할 수 있는 거라곤 전화 통화를 하는 것과 문자를 나누는 것. 당장이라도 너를 끌어안으러 가고 싶어서 그것을 참아야 한다는 사실에 힘들었는데……. 타이밍을 탓해야 하지 어쩌겠냐고 삼켜보아 도 지금 내리는 비처럼 우중충한 마음은 숨길 수 없었다. 짧은 한숨 을 내쉬면서 안경을 벗는다. “우산 없겠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너였으나, 자신을 위해서 잠은 집에서 취하 는 너 이기에 무작정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비로 인해서 사람들이 몰려다녀도 우산으로 자기 얼굴을 가릴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이 그렇 게 문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아직도 사람이 무서운가? 두려운가? 그것을 묻는다면 YES. 몇 년 을 함께 지내온 친구들이라면 모를까, 그 외에는 마주하기도 싫었다. 돈을 벌어야 하니 참고 일은 하지만, 되도록 집에 있고 싶었다. 그런 데도 움직이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보고 싶다.’ 아카시 츠바키는 자신의 연인이 보고싶었다. 멋있는 것을 좋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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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옷도 제대로 꾸리기 시작하였다. 그래 봤자 와이셔츠 같은 옷이 대부분이었지만, 그것이 어디겠는가. 패션 의 완성은 얼굴이다. 츠바키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우산을 하나 챙겼 다. 젖어 드는 바깥을 바라보면서 함께 우산을 쓰고 그와 거리를 거 느리고 싶었다. 또각, 하는 구두 굽 소리가 빗물에 잠긴다. 빗물이 튀어 오르면서 바짓단을 적신다. 질척거리는 느낌에 당장이라도 씻고 싶은 생각을 억누르면서, 거리를 걸었다. 비가 오는 날은 이래서 싫었다. 사람이 추잡해지기 참으로 좋은 날 씨가 아니던가. 정면을 바라보면, 클랙슨을 울리는 차를 피하지 못하 고 그대로 물을 맞아버린 사람이 처량하게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츠바 키는 당연하다는 듯이 지나쳤다. 자신과는 상관이 있는 사람도 아니 고, 선의를 베풀 정도로 자신이 착한 사람도 아니었다. “엄마!” “어휴, 비 오는데 이렇게 걸어 다니면 어떻게 해…….” 우비를 쓴 채로 엄마에게 다가가는 아이가 보였다. 화목한 모습이 괜히 꺼내지도 않았던 기억을 뒤척거리는 느낌이 들어서 잠시 걸음 을 멈추었다. 천천히 걸어가면서 숨을 내뱉는다. 하얀 입김이 내뱉어 지면서 공기 사이로 흩날린다. 시선을 한참 굴리다가 다시 천천히 걸 어가기 시작한다. “…하루토.” 보고 싶어. 보고 싶어. 엄마에게 뛰어가는 아이처럼 널 보고 싶어 서 걸음이 빨라졌다. 저러한 모습을 보는 것이 정말로 힘들었다. 자 신의 추한 모습을 보일 거 같아서 숨이 차오르도록 달렸다. 네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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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이 눈에 보였다. 바쁠 때에 들어가면 퉁명스럽게 이야기하겠으나, 지금 당장은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당장 손을 뻗어서 너를 끌 어안고 싶은 충동이 이르렀다. 자신은 아직도 이러한 부분이 너무나 도 불안정했다. 너도 그것을 알고 나에게 괜찮냐는 물음을 계속해서 묻는 거겠지. 네가 네 어머니에게 약한 것처럼. 나도 내 부모에게 약했다. “너…….” 손에 쥐고 있던 우산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놀란 눈으로 다가온 하루토는 비에 젖은 나를 바라보았다. 울고 있지는 않았다. 그저 비를 맞아서 처량하게 보였을 뿐이었다. 지나치는 차가 물웅덩이를 지나쳐 서 뒤집어쓴 꼴이랑 다를 게 없었다. 그런 사람을 미련 없이 지나쳤 었는데, 지금은 본인이 그러한 꼴이라는 사실에 그저 웃음을 나왔다. 언제 수건을 쥐고 온 건지 제 머리에 수건이 뒤집어쓴다. 대체 무 슨 일이냐고 묻는 네 모습에 눈을 끔벅이면서 널 바라보았다. 제 머 리를 말려주면서 잔소리하는 모습에 시선을 굴리다가 손을 뻗어서 널 끌어안았다. “…무슨 일 있어? 비는 왜 맞고 온 거냐고. 마중 나온 거였으면 우 산이라도 들고 다녀야 하는 거 아냐?” “아… 정신없이 뛰어오느라 몰랐네. 우산이 있었는데…….” “…울었어?” “그건 진짜 아냐.” “그럼 진짜 뭐냐고.” 뚱한 표정으로 아무것도 이야기해주지 않는 자신을 향해서 입술 을 삐죽이는 네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한다면 본인은 미친 걸까.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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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에서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싶었다. 제 머리를 털어주는 네 손길이 부드러웠고, 그 손을 꼭 쥐면서 푹 하고 기대었다. 흘러내리는 빗물이 네게 흐르기 시작하여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불편한 기색을 보일 법도 하지만, 자신을 걱정하는지 너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쪽, 입을 맞춘다. 화가 난 와중에 입맞춤을 받으니 너는 더 뚱한 표 정으로 자신을 꾹꾹 밀어내기 시작하였다. “있잖아, 하루토.” “…왜.” “…며칠 자리 비워도 괜찮아?” “…뭐? 오, 왜??” “……부모님…….” 목소리가 작아진다. “…부모님 만나 뵙고 올게.” 갑작스러운 말이었기에 하루토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떠졌다. 츠바키는 자신에 대해서 무척이나 잘 알고 있다. 의도적으로 자기 부모에 대한 이야기는 피해왔다. 도쿄에 계시는 외가 쪽의 친인척은 만난 적이 있었으나, 그것을 하루토에게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그 정 도로 자신의 ‘가족’이라는 형태에 대해서 두려움을 가지고 있음을… 하루토도 눈치챌 정도였다. 아이와 어머니의 모습만으로도 과거가 떠올라서 자신을 괴롭힌다. 너도 제 부모처럼 저를 괴물로 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리고, 그런 너를 향해서 자신이 어떠한 행동을 보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너를 향한 불안감과 스스로에 대한 불안감에 너에게 상처를 주었음에도 지금 바깥에서 내리는 비처럼 흘러가지 않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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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나는 이 모든 것을 떨쳐내기 위해서 나아가야 했다. “…딱, 일주일 정도만 다녀올게.” “…엄청 멀다고 하지 않았나? 어제 왔는데… 일주일이면 돼?” “응.” “흐음…….”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지금의 자신을 보면서 하루토는 견적을 재고 있었다. 알겠다고 이야기할지, 혹은 말려야 할지. “…허락 안 해줄 거야?” “걱정되니까 그렇지.” “…그럼 너도 갈래?” “…뭐?” 고요한 작업실에는 빗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였고, 츠바키는 그저 작은 웃음을 지었다. 하루토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어안이 벙벙한 채로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다.

카미야 하루토는 자신의 앞에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는 애인을 바 라보았다. 자신과 시선이 마주하면 웃기만 하는 상대방을 바라볼 때 에는 참으로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여름의 습기를 머금은 냄새가 전 철에 퍼졌다. 사람이 없는 틈에 그의 손에 손을 올렸다. “인사만 하러 가는 거야?” “비슷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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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겨주실 거 같아?” “…아마?” 마지막이 그렇게 최악은 아니었어.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츠바키는 몇 년을 살아왔던 과거의 마을을 바라보았다. 시골에서 살았다고 하 더니 여름의 시골은 참으로 더워 보였고, 또래가 없어서 혼자서 마 을을 돌아다녔다. 머쓱한 웃음을 지으면서 츠바키는 냅다 하루토에 게 기대었다. 하루토는 그것을 밀어낼까 생각하다가 그대로 두었다. “안 밀어내?” “…지금은 사람 없으니까.” “하하, 하루토가 날 많이 좋아해 줘서 좋아.” “…당연한 거 아니냐고.” 퉁명스럽게 이야기하면서도 귓가가 붉어진 모습이 보인다. 츠바키 는 하루토의 그러한 모습이 귀여워서 웃어버린다. 슬쩍 올려진 하루 토의 손을 그대로 낚아채서 잡아버린다. “우리 부모님 이야기 한 적이 없지?” “그래도 대충은 알아.” “내가 이야기해준 건 아니니까.” “…바보.” “하핫.” 그렇게 이야기하면서도 츠바키는 잠시 말이 없었고, 하루토는 그 런 저 기다리는 것처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아니, 독촉이었을까.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저 그가 말없이 저를 기다려주는 모습 이 좋았다. 사랑받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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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있구나. “우리 어머니가 전통춤을 추는 사람이었거든. 아빠는 전통공예를 하는 사람이었고.” 그 둘이 만나서 자신을 만났고, 어머니는 아버지와의 결혼을 위해 서 집안을 나왔다. 그리고 내가 태어났다. 그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사랑의 결실을 이룬 어른들은 자기 자식에게 도 사랑을 주었으며, 그 사랑을 다른 이에게도 주기를 바라였을 뿐이 었다. 자식이 이렇게 클 줄 누가 알았겠어. 하지만, 들어봐. 툭하면 친 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자기 얼굴이며 시골에 몇 없는 어린이라는 이 유만으로 아는 척하고 친하게 굴어도 되는 건가. “그냥, 그게 싫었어.” 괜히 자기랑 사귀자고 이야기하는 같은 반 친구도. 그거 질투한다 고 뭐라고 지껄이는 친구도. 하나하나 쌓이다 보니까 사람이 싫었다. 언제부터 본인이랑 그렇게 가까이 지냈다고 그러는 것일까. “그래서 그런 척도 해봤어. 나름 괜찮더라고. 부모님도 좋아하셨 고…….” “…초등부 때?” “응. 중등부 때에도 나름 그러지 않았나.” “그땐…….” 하루톱 본인도 힘들었기 때문에 크게 언급은 없었다. 싸우기도 하 였던 나날이 스쳐 지나간다. 하루토의 어깨에 살짝 비비적거리더니 웃는다. 하루토는 그런 츠바키를 바라보면서 어휴…하고 한숨을 쉬 더니 볼을 꼬집는다. “이건 무슨 애정행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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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꼬집고 싶은 건데.” “애정행각이 너무 아파져 오는데.” 다음 역은……. 시간이 흐르고, 종점에 도착한다. 잠시 시선을 굴리면서 츠바키는 하루토의 손을 잡았다. 고등부 때 이후로 부모님에게 연락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만나러 갈 테니 기다리는 일방적인 연락이었고,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받았을지도 모를 정도였다. 일방적으로 이제 연락 하지 말라고 했음에도 그들은 자기 자식을 기다리고 있겠지. 제 부모 는 그러한 사람이다. ‘이해를 못 하는 분들이었지.’ 사람은 사람과 살아가 사랑을 배워. 그러하다고 생각하여 사랑으 로 키운 자식. 나는 그 뒤로 사랑 따위 잘 모르겠다. 그런 거로 자식 을 이상한 놈 취급하지 말라고 편지했었지만. “…….” “왜 그렇게 봐?” “…그냥.” 이번에는 남자를 사랑한다고 부모님에게 말하면 어떻게 될지 츠 바키는 궁금했다. 하다 하다 남자를 사랑한다고 무어라고 소리칠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조금 더운 시골길을 걸었다. ‘저기야.’ 그렇 게 이야기하면 하루토도 제 부모님을 만난다는 사실에 조금 긴장하 였는지 위축되었다. 츠바키는 그러한 네 손을 잡아 주무르더니 긴장 을 풀어주었다. “왜 그렇게 긴장해?” “당연히 긴장할 수밖에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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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안 하고 있는데.” “…….” 짜증 나게 만들지 마라… 그렇게 이야기하는 듯 도끼눈을 뜨면서 하루토는 츠바키를 노려보았다. 하핫, 웃으면서 시선을 피하고는 화 풀라며 손을 더 문질러준다. 굳은살로 인해서 티는 나지 않더라도 손 을 잡고 있는 것이 즐거워서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저기가 우리 집이야.” 바깥에는 누군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편지를 받은 것일까. 츠바키는. 제 머리카락과 눈 색은 다 어머니한테 물려받았다고 했 다. 성격은 아버지를 닮았을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했고, 다른 것은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 세기의 로맨티스트인 아버지를 닮아서 하루토에 게 잘 대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중얼거리더니 시선을 마주하며 침 대에 누웠던 것이 기억났다. “…엄, 마. 아빠.” 그 말을 내뱉는 츠바키의 표정은 하루토가 보기에도 무너졌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하루토에게 언제나 웃는 표정을 보여주었던 그의 표정은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사람처럼 무너져있었다. 손을 놓쳤다. 먼저 걸어가는 츠바키를 하루토는 잡을 수 없었다. 울고 있지는 않았 으나, 사귀고 난 뒤로 만나는 그 표정은 처음이라……. ‘뭐지.’ 지금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무엇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꾹 조여왔다. 하루토는 처음으로 보는 제 연인의 표정에 어쩐 지 설렘마저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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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어머, 어머.” 츠바키는 정말로 어머니를 닮았다. 나이가 나이임에도 소녀 같은 감성을 가지고 있는 그녀의 새빨간 눈은 츠바키처럼 욕심이 무척이 나 많아 보였다. 그러니 어린 나이에 제 남편을 따라서 도시를 떠난 거겠지. 하루토는 제 발가락을 꼬물거리면서 감탄사를 연신 내뱉는 사람 을 마주하면서 시선을 내렸다. 그런 하루토의 수줍음에도 상대방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정말?” “…허어.” “…예상했던 반응은 아닌데.” “우리도 이제 몇 살을 먹었는데. 갑자기 연락 끊긴 아들이 어떠한 짓을 하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나이란다.” “엄마는… 현역이라 고해도 믿을걸…….” “아들이 다 커서 아부를 부릴 줄도 알고…….” 그녀는 정말로 상관없다는 투로 이야기하면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히려 옆에 앉은 아버지가 놀란 듯 말이 없었다. 어머니 나이는 다 그가 먹는 건가. 언제 저렇게 삭았는지, 눈이 침침한 듯 제 눈가를 부 비적거리면서 하루토와 츠바키를 번갈아보았다. “…그러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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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갑자기 무슨 뜬금없는…?” 어머니가 고개를 돌려서 아버지를 보았다. “그게, 그러니까, 음…… 츠바키랑 놀아……!” “자고 갈 거지?” 어머니가 아버지를 밀었다. 우스운 꼴이었다. 말을 하다가 씹혔는 지 제 볼을 부여잡으면서 소리 없이 고통을 호소하는 모습이 우습다 는 생각이 들어서는 츠바키는 한숨을 내뱉었다. “있지, 츠바키. 음… 그리고, 하루토라고 했지?” “…네.” “응.” “우리는 널 괴물 취급한 게 아니야. 사람이 사랑받고, 주는 건 당연 하기 때문에 그랬어. 나도, 네 아빠도 그렇게 만났으니까.” “그건 지겹게도 들었어.” “응, 더 들으렴. 그렇기 때문에 성별은 중요하지 않아. 사람에 대 한 거부감이 있었던 네가 누군가를 사랑했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 해. 그러니, 고마워.” “……?” 나?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는 하루토와 손을 내밀어서 하루토 의 손을 덥석 잡는 어머니였다. 정말로 환하게 웃었다. 츠바키가 어머 니를 닮았다고 한 말이 외모만은 아니었다. 웃음마저 서로 닮았다. 자 신에게만 보여주는 그런 웃음이. “츠바키는 나처럼 욕심이 많아서 힘이 들지도 몰라…….” “아니, 그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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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욕심이 조금 많았어. 자기가 하고 싶은 건 꼭 고집부 리기도 했거든. 아, 앨범 가져갈래? 그러니까, 너한테도 그렇게 굴지 도 몰라.” “이미 그러고 있긴 한데…….” “하루토…….” 제 미간을 집으면서 츠바키는 하루토를 힐금 바라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불안할지도 모른단다. 네가 불안하게 만든다는 게 아니라… 그냥 츠바키가 속이 좁아서 그런 걸 거야. 그래도, 받아주렴.” “엄마…….” 하루토는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생각하다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여인의 모습은 그저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잡 고 있던 손을 조심스레 놓아주면서 아직도 쓰러져있는 남편을 끌어 당긴다. “자고 갈 거니?” “어…… 네.” “그래! 네 방 준비해줄게.” 몇 년의 회포는 정말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끝이 났다. 하루토 도 츠바키도 서로를 보면서 지금까지 하였던 고민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엄하시다더니.” “아, 이렇게 개방적으로 바뀔 줄 누가 알았겠어~.” “몇 년을 연락은 안 해서 더 유하게 구시는거일지도 모르겠네…….” “그렇겠지. 또 연락 끊을까 봐 더 그럴지도 모르겠네.” 주절거리면서 이야기를 츠바키는 하루토를 품에 안았다. 자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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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방에 들어와서 그런지 더 곰 인형처럼 끌어안으면서 이불 에 뒹굴었다. “하루토.” “…왜.” “사랑해.” “…갑자기 뭔데?” “나중에 프러포즈하면 받아줘야 해.” “네 하는 거 봐서 받아준다니까…….” 흥, 그렇게 새초롬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참으로 귀여웠다. 네 손 가락에 입을 맞추면 아직도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는 네 모습이 사 랑스러웠다. 어머니의 말씀대로 츠바키는 자신이 얼마나 욕심쟁이인 지 알고 있다. 지금이라도 너를 다시 끌어안고 입 맞추고… 품에 넣 고 다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를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좋은 게 없었다. “불안하지 않은 마음으로, 네게 고백할 테니까.” 그런데도 참는 이유는 너라는 존재 단 하나. 츠바키는 언제의 불 안한 마음을 씻겨내고선 웃었다. 하루토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마주 웃음을 흘렸다. “…바보.” “응, 사랑해~.” 언제나의 약속을 했다. 서로 행복하자는 그런 약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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