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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경기결과

전태풍·하승진이 쓰는 농구 미생들의 KBL 드래프트 도전기

농구 용어 ‘턴오버’는 실책 등으로 슛을 쏘지 못한 채 공 소유권을 상대에게 넘기는 상황을 뜻한다. 동시에 이 단어는 ‘뒤집다’는 사전적 의미도 가지고 있다. 이 중의적인 단어를 팀명으로 내걸고 프로무대 입성에 도전장을 내민 이들이 있다. 팀 ‘턴오버’는 엘리트 스포츠인 출신으로 대학까지 진학했지만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 10명의 선수들로 구성됐다. 그리고 이들의 성장기는 동명의 유튜브 콘텐츠로 매주 팬들에게 소개된다. 1년짜리 장기프로젝트는 두 명의 KBL 레전드들에 의해 탄생했다. ‘턴오버’를 통해 농구 미생들의 KBL 드래프트 도전기를 쓰고 있는 전태풍과 하승진을 19일 경기 용인 앵클브레이커 체육관에서 만났다.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술 먹방’을 하다가 어느 순간 회의감이 들었어요.”(하승진) ‘턴오버’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를 묻자 전태풍과 하승진은 과거 제작했던 유튜브 콘텐츠 얘기부터 꺼냈다. 하승진은 “(현역 은퇴 후) 예능성 콘텐츠를 많이 촬영했는데, 어느 날 ‘내가 이런 걸 찍으려고 농구 선수를 했었나’ 싶었다”며 “자연스럽게 농구에 기여할 수 있는 걸 찍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태풍이형과 나도 여러 실수와 실패를 했는데 그때마다 또 다른 기회가 주어져서 결국 이 자리까지 왔다”며 “후배들에게도 또 한 번의 도전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스스로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승진은 “태풍이형은 지도자로서 굉장히 큰 꿈을 가지고 있는데, 내가 그걸 도와주고 싶었다”며 “나도 (지도자로서) 내 능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확인해보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전태풍 역시 “미국 지도 방식이 한국에서도 통할지 궁금했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10월 팀원 모집 소식이 담긴 1화 에피소드가 방영된 후 약 100명의 선수들이 프로젝트 참가 의사를 밝혔다. 이후 에피소드가 진행되면서 선수들이 한 명 두 명 합류했고, 현재의 구성이 완료된 후에는 최윤아 전 여자농구대표팀 코치까지 가세했다. 출연진이 늘면서 영상 속 훈련 프로그램도 개인 스킬트레이닝→팀 공격훈련→수비훈련 등으로 확대됐다. 콘텐츠 자체가 한 편의 성장드라마처럼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하승진은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어느 정도 구상을 했다”면서도 “리얼리티 콘텐츠다보니 선수들과 팀 모두 성장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담긴 면도 있다”고 전했다. 성장기를 표방한 모든 콘텐츠에는 늘 조화와 갈등이라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턴오버’ 역시 밝고 활기찬 모습만 전달하지 않는다. 선수들의 실수와 시행착오가 노출되고, 이들을 호되게 질책하는 지도자들의 모습도 카메라에 담긴다. 하승진이 “선수들의 이미지 보호 차원에서 (영상을) 어느 정도 덜어냈다”고 말할 정도다. 이 모든 과정은 선수들은 물론이고 전태풍과 하승진에게도 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하승진은 “프로무대는 더욱 치열하고 힘들다”며 “선수들이 현재 겪고 있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스스로 느끼고 발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태풍은 “이 프로젝트를 하다 보니 내가 추구했던 스타일과 달리 선수들을 다그쳐야 하는 상황이 자꾸 발생한다. 이젠 거의 잔소리 수준”이라며 “지도자로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고 웃었다. 이어 “왜 감독들이 주름이 늘고 흰 머리가 생기는 지 이제야 알겠다”며 “현역 시절 만났던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정말 대단한 분들이었다는 걸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턴오버’ 프로젝트는 무명선수들의 유명세 적응기이기도 하다.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선수들을 알아보는 이들이 생겼고, 영상에는 플레이를 질타하는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이에 대해 하승진이 “선수들이 부담을 많이 느끼고,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경우도 있다”며 우려하자 전태풍은 지도자의 단호한 말투로 “프로에 가면 훨씬 심하다”고 잘라 말했다. 결국 이 모든 과정도 프로무대를 꿈꾸는 미생들이 거쳐야 할 예행연습인 셈이다. 숱한 우여곡절을 겪고 있지만, ‘턴오버’ 선수들의 실력은 분명 늘고 있다. 프로젝트 초반 농구의 기본인 ‘박스아웃(상대 리바운드를 저지하기 위해 유리한 포지션을 선점하는 플레이)’을 놓쳐 혼나던 이들이 회차가 진행되면서 프로 출신들이 포함된 연합팀을 상대로도 꽤 선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겉으론 늘 선수들에게 잔소리를 하는 두 레전드도 내심 제자들의 성장에 뿌듯해하는 눈치다. 전태풍은 “원래 내가 원했던 것보다 발전속도가 더디다”면서도 “(아직 영상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6월 초 다녀온 홍콩 전지훈련에서 꽤 잘했다. 나쁘지 않은 성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몇 번 혼나고 나더니 연습 때도 일찍 오고 훈련도 열심히 한다”며 웃었다. 후배들을 보며 느끼는 뿌듯함과 별개로 하승진과 전태풍은 프로젝트 내내 '돈'이라는 현실의 벽과 자주 마주한다. 하승진은 “솔직히 예전에 일주일에 두 번씩 술 먹방을 하면 조회수가 100만뷰씩 나왔는데, 일주일에 1회 업로드되는 ‘턴오버’ 영상은 그때만큼의 조회수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며 "(수익 면에서는) 계속 마이너스"라고 밝혔다. 하승진은 이어 “그때가 좋았다. 후회된다”고 농담을 던졌지만, 그는 팀 살림을 꾸리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 중이다. 스폰서 미팅을 잡고,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굿즈를 제작하고, 누나 하은주 레이업 리컨디셔닝 대표와 배우자 김화영 미더베스트 대표로부터도 도움을 받고 있다. 그는 “늘 ‘이번 달에는 어떻게든 했는데, 다음달에는 또 어떻게 꾸려가야하지’라는 생각이 든다. 불확실한 싸움을 계속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도 “이건 나와 태풍이형이 감당해야 할 일이다. 프로에 도전하는 선수들의 불안감에는 비할 게 아니다”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올해 KBL 드래프트는 예년 일정보다 두 달여 늦은 11월에 열릴 가능성이 크다. 대학리그를 고려한 조치다. ‘턴오버’ 팀에게는 약 5개월의 시간이 남은 셈이다. 두 레전드가 어떤 결과를 예상할지 궁금했다. 하승진은 “드래프트에 참가하려면 우선 일반인 트라이아웃부터 통과해야 한다”며 “대학 선수들에 비해 하나의 관문이 더 있는 셈이라 더욱 어렵다. 냉정하게 말해서 이 관문을 통과할 선수는 두, 세명 정도 되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밝혔다. 전태풍은 “프로 구단 단장들과 감독들의 생각을 모르기 때문에 계산이 어렵다”고 전제한 후 “한 명만 프로에 들어가도 기분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턴오버 시즌 2’에 대한 계획을 묻자 둘 모두 난색을 표했다. 하승진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저도, 시청자도 너무 많은 도파민에 노출됐다”며 “앞으로 이를 충족할 만한 게 떠오르지 않는다. 아마도 암흑 같은 긴 터널을 지나면서 충전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태풍 역시 “정규 사이즈의 체육관, 숙소 등을 지원해주겠다는 스폰서가 연락을 해와도 선뜻 한다고 말하기보다 깊게 고민할 것 같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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