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걸 교수는 “오늘 지금 『화엄경』이 우리와 과연 어떤 관계가 있는가”를 묻는다. 이 질문은 한민족 공동체가 “어떤 이야기와 어떤 사상을 가지고 우리 문화를 끌고 왔을까”라는 것과 연관되는데, 예를 들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수월관음도’가 대표하는 “불교 회화”나 한반도의 산봉우리 곳곳에 이름 붙은 “비로봉”이라든지 그리고 최고 유산의 하나로 손꼽히는 “석굴암”과 같은 것을 볼 때 명백히 그 스토리가 드러나는 ‘화엄 사상’이 우리 사고와 문화의 심층 차원에 스며들면서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고 답한다.

물론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화엄경』이 판타지 스토리처럼 황당한 부분이 많지만 “불완전한 인간을 완전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깨달음임을 알려준다는 측면, 그리고 그 “깨달음이 한 개인 안에서만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라” 타인을 감동시키는 “유적 본질”이 있으며 그마저 뛰어넘어 존재 세계 전반에 이름으로써 결국 존재 일반이 “다양성이 통일될 수” 있으면서도 “각 존재의 고유한 가치가 그대로 인정될 수 있다”라는 점을 사상적으로 뒷받침한다는 측면에서 강력한 메시지를 지녔다고 짚는다.